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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

경주 출사

울산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경주야 정말 질리도록 갔다고 생각했는데, 항상 가는 곳만 갔던 것 같다. 이번엔 안 가던 곳을 갔다왔다.
가던 곳이라고 한다면, 동궁과월지, 대릉원, 첨성대, 등등... 안 가본 곳이라고 해도 다 그 근처에 있긴 하다.
 
첫 사진은 그 어데고 그 경주국립박물관.
그건 그렇고, 또 이 구도의 사진이다. 내가 보기에 편하긴 한데... 다음엔 피해서 찍어봐야겠다. 맨날 똑같은 구도라 내가 다 민망하다.
 
경주국립박물관에는 유채꽃을 찍으러 갔는데, 또!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아서 유채꽃이 덜 피어있었다. 그리고 꽃도 키가 생각보다 작어서 어려웠다. 잘 찍으면 잘 찍을 수 있었겠지만... 내 능력으론 무리였다.
앞 보케 걸치고 세로로 뭘 찍어봐야 되나? 뭘 찍어야되지? 꽃을 찍거나, 사람을 찍거나?
1. 사람은 찍었는데, 보케랑 사람 비율이 너무 이상해서 뭘 찍은지 모르겠는 사진이 되어버렸다. 아예 컴퓨터로 가져오지도 않아서 업로드를 못하네.
2. 꽃은... 찍어볼걸. 누차 말하지만 꽃에 큰 관심이 없다. 그래도 주제로 잡고 찍어볼걸.
 

잘 찍었으면 잘 찍었겠네...

비가 쏟아진 관계로 카페로 이동했다.

사진은 일행의 롤라이 35, 두 개. 제조국이 다르다고 했었나, 모종의 이유로 롤라이 35 글씨체가 조금 다르고, 뷰파인더 코팅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한 뼘도 안되는 크기에 다 담으려다 보니 핫슈가 무려 카메라 밑에 달려있다. 저기 플래시 장착한 모습이 궁금하다.

 
그 다음 이동한 곳은 천년숲정원. 여기가 이번 출사의 하이라이트였다.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컸고, 시간 문제로 외나무다리에만 들렀다가 나와야했다. 다음에 와서 제대로 둘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사진은 세로로 찍고 크롭했다. 나무가지랑 줄기가 만드는 프레임이 딱 이 사진 만큼이었고, 그 주변으론 시선이 분산되기 때문에 크롭했을 때 훨씬 보기 좋아진 것 같다. 찍을 당시엔 생각하지 못한 점.
 
이번 출사엔 미션이 있었다. '과거와 현재'를 주제로 사진 찍기. 보정 없이, 필름 시뮬레이션 (색감 보정) 없이.
나름 시간의 흐름으로 재해석해서 찍고자 한 사진이 아래 사진이다. 지금은 흑백으로 보정됐다.

다중 노출을 이용했다. 지금이야 다중 노출이 다 사진 합성으로 만들어지니까 '보정'에 속할 수도 있겠으나, 원래는 카메라 본연의 기능이다. 보정의 그레이존에 속한 것 같다. 난 보정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냅다 찍었다.
 
사실 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의도한 촬영 방식은 사람이 없을 때 풍경을 한 번 찍고 거기에 사람을 올리는 것이었다.
잠깐 필름 카메라에서의 다중 노출 얘기를 해보자. 필름 카메라는 사진을 찍은 후 다음 사진을 찍기 위해 당연하게도 필름을 감아줘야 한다. 일회용 카메라에선 휠을 직직직 돌려서 감아주고, (대부분) SLR에선 레버를 죽 밀어서 감아준다. 이 때 필름을 안 감아주면? 찍힌 사진 위에 사진이 또 찍힌다. 그래서 다중 노출이 카메라 본연의 기능이라고 한 것. 이런 원리 때문에 다중 노출을 할 땐 샷마다의 광량을 줄여서 찍어줘야 한다, 샷마다의 광량을 합쳤을 때 의도한 광량이 되도록. (여담: FM2 류의 카메라에선 레버를 돌리지 않으면 셔터 버튼이 눌리지 않는다. FM2는 필름 레버에 달린 작은 돌기를 당긴 채로 레버를 밀면, 레버가 헛돈다. 레버를 헛감은 뒤엔 셔터 버튼이 눌리는 상태가 되므로 그대로 촬영하면 된다. 이 돌기가 없으면 리와인드 버튼을 누르고 돌리면 된다 (ae-1의 경우). 필름 카메라는 정말 '기계'를 다루는 느낌이라 재밌다.)

다중 노출이 적절히 사용된 사진. https://www.nyfa.edu/student-resources/double-exposure-photography/

그래서 당연히 위 사진을 찍을 때도 광량을 절반으로 해서 두 번 찍었는데, 으음, 요즘 카메라는 그냥 합성이다보니 옵션이 여러개가 있었다. 원래 다중 노출처럼 빛을 점차 더하는 방식, 그냥 평균내는 방식. 나는 그걸 모르고 평균을 선택한 모양인지, 다중 노출을 한 결과물도 어둡게 나와버렸다. 보정을 통해서 살려냈는데, 다음엔 유의해서 찍어야겠다.
 
오늘은 여기까지.